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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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12.(일)

오늘은 종교참석이 있었던 하루였다.

종교참석은 일주일 간의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는 의미도 있고,

앞으로의 한 주 시작도 무사히 해야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교회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마치 사회와의 끈이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든다.

교회에서 눈가가 촉촉해 진 후보생들도 있었고 웃음기를 띄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 또한 군대에 와서 신앙심이 더 깊어지고 있다.

종교 참석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인성검사 및 각종 기타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일정으로는 재활용 전투복 교체 및 침구류 일광 소독이 있었다.

침구에서 잘 잘 줄만 알았지, 이렇게 무거울 지는 상상도 못했다.

일광 소독 역시도 체력 증진의 일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 전에는 두 어 차례 동기 부여가 진행되었다.

누적된 피로 탓인지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내려라 버티는 자세에서 허리 통증이 약간 있었다.

'정자세'로 할 경우 아프지 않은데, 정자세로 할 수 있는 근력이 아직 부족하다.

근력을 어서 길러야겠다.

소대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오늘도 저희들 훈육하고 가르쳐줘서 감사했습니다.

더욱 많이 배우고 잘못된 민간인적인 습성을 버려 강한 정신력을 갖춘 군인이 되겠습니다.

* 종교참석을 처음 가게 된 날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우리 동기애를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훈련을 받을 때 전투복의 종류가 있다.

하나는 종교참석용 전투복(깨끗한 것) 하나는 진흙탕 훈련용 재활용 전투복(드러운 것) 이다.

종교참석용이 따로 있는 이유는 외부에서 장교후보생들을 바라봤을 때 꼬질꼬질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군화가 더럽거나 면도를 안하는 등 외관상 부족한 느낌을 줄 때는

종교참석을 못하게 하거나, 엄청 혼나게 된다. (정정한다, 종교참석도 못하고 더불어 엄청 혼난다.)

종교참석을 가기 하루전날 밤에 갑자기 방송으로

‘내일 종교참석 원하는 후보생들은 전투모, 전투복에 계급장 부착을 할 것. 못하는 인원들은 장교대에 남아있을 것. 이상.’

그래서 우리는 나름대로 비상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사회에서 바느질도 안해봤고 종교참석은 가고 싶고,

무엇보다 밤늦게 갑자기 저런 식으로 통보해 버리는 게 어딨나 싶지만...

여기는 항상 이런 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체념하고 굴복할 수 밖에 없다.

어쨌든 밤늦게 방송을 듣고 ‘밤 10시 완전소등’ 이후에 손목시계 Light 및 달빛을 불빛 삼아 바느질을 몰래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못다한 바느질을 해 완성을 했다.

우리 방 인원들은 모두가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행동이 다소 늦은 우리 방 막내(미국에서 학교룰 나와 남들보다 1년 일찍 군대에 들어왔다)가 군화 끈을 못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막내동생은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있고, 나랑 또 다른 친구가 각각 그 친구 왼쪽 군화와 오른쪽 군화를 담당해서 끈을 매줬었다.

이걸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하마터면 우리 모두가 종교 참석 못 갈수도 있을 뻔한 상황에서도

그 친구를 버리지 않고 챙기고 갔다는 게 ‘우리 쫌 멋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 전에도 카톡방에서 군화 양쪽에서 묶어줬던 에피소드 얘기를 하며 ‘우리 쫌 멋있었다’ 자화자찬 했다.

종교참석 가면 좋은 게 ‘예능’ 보여주고 ‘사회 소식’을 들려준다.

저 날에는 라디오스타에 배우 ‘김기두’가 나와 어머니 얘기를 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을 보여줬는데,

우리를 울리기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영상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후보생들이 눈물을 훔쳤다 ㅎㅎ

그리고 참고로 중요한 팁을 주자면

가족들이나 여자친구가 다음 카페 ‘공군 비성교회’ 에 편지를 쓰면

그 편지를 교회에서 나눠주게 된다.

나는 이걸 몰라서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우리때는 인터넷 편지 하루 1회였고 그마저도

2주간의 특내기간이 끝나야 받을 수 있었으니

교회에서 편지 받는 동기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카페에서 가족들이 내 사진도 볼 수 있다.

(만약 찍혔다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누가 사진 찍는다 하면 무조건 얼굴 들이밀어라)

아 그리고 교회에서 먹을 거 안준다

일광소독 관련해서도 에피소드가 있는데 역시 막내 동생 관련 에피소드다.

우리는 4층에서 4명이 한 방을 썼는데, 각자 침구류 소독을 마치고 힘들게 4층까지 올라와서 봤더니,

한 친구의 침구류만 안들고 왔다는 사실을 안거다.

막내 동생이 소대장 용무 보러 잠시 자리를 비워서 우리가 그 친구꺼 침구류도 다시 가지고 4층까지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셋은 ‘내가 힘이 더 세니 내가 든다’ 하며 서로 침구류를 잡아 당기며

연병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다가(주말이라 아무도 없는줄 알았다) 여자소대장에게 걸려서

‘너네는 아직 힘이 남아돌지?’하고 3분준다며 침구류 다 들고 오라고 소리를 질러

4층까지 뛰어가 열심히 정리해놓은 우리 침구류를 짊어지고 3분안에 내려왔다.

그리고 연병장에서 침구류를 들고 스쿼트를 약 30분 가량 쉬지 않고 무한 반복했다.

침구류가 진짜 체감 30키로 정도 되는 거 같았는데, 무한 반복은 진짜 말그대로 무한 반복이었고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러고 녹초가 되어 방에 올라가 다들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 막내 동생이 해맑은 표정으로 들어오면서

다들 왜 울상이냐고 훈련이 힘드냐며 아무 영문도 모른채 정말 순수하게 물어봤다.. 때리고 싶었다.(보디빌딩 하다 온 동생이라 참은 건 아니다.)

여러모로 힘든 동생이다.(이 동생 에피소드 참 많다)

침구류 스쿼트가 개인적으로 지난번 신분전환식과 더불어 힘든 순간 TOP3에 든다.

유격이나 행군보다 더 힘들었다.

가혹행위에 가까운 동기 부여였는데 이 동기 부여를 받은 건

360여 명 후보생들 중 우리 셋 뿐인걸로 알고 있다. 좋은 일 하려다가 되려 벌 받았다.

일광소독 우습게 보면 안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주 주말마다 비가 오기를 기도하곤 했다.

 

출처 : 국방부 동고동락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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