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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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3. 24.(금)

오늘은 주차를 마무리하는 전투뜀걸음이 있는 날이다.

한 주 간의 훈련을 마무리하고 소대원간의 단합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전에는 화생박 학과가 있었는데, 학과를 시작할 때까지

오늘 '가스 체험'을 하게 될지 몰랐었다.

어렸을 적 피부가 약하고 아토피가 있었어서

군입대 전부터 조금은 겁을 냈었는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진행한 것이다.

사실 두 가지 이유로 겁이 났었다.

한 가지는 피부 자극이 심할까봐였고,

또 한 가지는 혼자 뛰쳐 나가서 다른 소대원들에게 폐를 끼칠까봐였다.

그러나 막상 가스 체험을 해보니 견딜만 했고

주변 동기들과 서로 협력하여 금방 나올 수 있었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절대 지레짐작 겁 먹지 말자'이다.

겁 먹는 일들 중 대다수가 실제로는 해볼만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전투뜀걸음이 단독군장으로 진행되었다.

전투뜀걸음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소대원들과 같이 힘내서 내 한계를 뛰어 넘고 끝 마친 뒤

얻게 되는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주말 동안 잘 쉬고 4주차 훈련 잘 대비해서 훈련 잘 받아야겠다.

* 공군의 자부심. 화생방 훈련이다.

공군은 병사들도 화생방 훈련 때 방독면 벗는다고 한다.

(육군은 정화통만 교체...)

공군은 육군 개념과 다르게 기지를 방호하는 개념이라서

적 화생방 공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고(기지를 버리고 도망갈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그래서 공군은 화생방 훈련을 빡시게 한다고 한다.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벗고 들어가서 CS밀실체험하고 눈물 콧물 쏙 빼고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공군 학사장교후보생 아닌가.

방독면 벗고 들어가서 한 30분 있는다.(체감30분이고 한 5~10분 있는다 ㅎ)

CS 가스도 병사들의 3~4배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

비교를 위해 나무위키 '가스실습' 내용을 가져왔다.

나무위키 '가스실습'

가스체험은 이렇게 진행된다.

방독면을 벗고 가스체험장에 들어가서 화생방교관이 쓰라고 하기 전까지 절대 쓰지 못하고

군가를 엄청 부르게 시킨다. 그러다가 애들이 정말 숨넘어가 죽기 일보 직전이란 판단이 들면

엄청난 밀당 끝에 방독면을 잠깐 쓰게 한다.. 정말 잠깐..

그리고 '휴 정화통이 이렇게 좋은 거 구나' 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에

정화통을 분리시키고 들고 있게 시킨다....

그리고 옆에 있는 동기들과 사이좋게 정화통을 갈아끼게 한다.(자기 정화통은 자기가 못하게 함.)

그러고 나서 나갈 때는 사이좋게 줄 지어 나간다. 안 그러면 못 나간다.

가스체험하고 나서 밖에 나와 방독면을 벗으면

산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절대, 절대, 절대 얼굴 문지르지 마라...

그리고 가오가 육체를 지배한 최민수 짤이 떠오르며

'우와, 그 분은 찐이다, 찐'하는 생각이 든다. 말도 안되는 경지..

아직도 기억 나는게 우리 소대가 들어갔을 때

교관이 '방독면은 내가 쓰라고 할 때 쓰..'

그 때 누가 방독면을 써버린거다.........

그래서 쟤가 쓰니 나도 쓰고, 내가 쓰니 쟤도 쓰는 그런 카오스 상태가 될 뻔했는데,

나는 방독면 쓰는 게 둔해 못 썼다..

교관은 '누가 쓰라고 얘기도 안했는데 쓰냐' 고 윽박지르며 방독면을 다 벗게끔 했고

우리는 군가 몇 곡을 내리 부르며 성난 교관이 얼른 방독면을 쓰게 해줬으면 하는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정화통 갈 때도 내 정화통을 다른 동기에게 갈아껴줬는데

막상 내 정화통은 아무도 교체해주지 않는 거다.

'으아아아아' 하며 난리부르스를 출 즈음에 누가 와서 정화통을 교체해줬다..

나는 아직도 그게 누군지 모르며 그 때 당시 정말 최근 5년간 가장 감사했고, 그 사람이 '귀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훈련일지에는 가스체험 견딜만 했다라고 써있는데

다 헛소리다.

견뎌야 하니까 견딘 거고, 절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비유를 하자면 '신라면'이나 '틈새라면' 을 사서 스프를 콧구멍에 털어넣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 스프가 코에서 넘어와 눈과 목구멍까지 장악하기 시작해서

폐속 깊이까지 자리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CS가스 입자가 갈고리 모양이라서 피부를 긁는 느낌이 든다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 'CS가스 입자'

실제로는 저렇게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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