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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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2017. 4. 12.(수)

오늘은 응급처치 평가 결과가 나오고 도수체조/제식 평가가 있는 날이다.

계속된 평가가 이어질수록 따라가기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도수 체조와 제식 평가는 구분동작으로 이뤄졌고 나를 포함한 조들은 모두 5명으로 이뤄졌다.

5명이 같은 동작을 실시하기 때문에 한 번에 틀린 사람을 색출해낼수 있다.

우리 조는 제식 부분에서 부족한 면을 많이 드러냈다.

제식은 서툴렀지만 도수체조는 그럭저럭 괜찮게 해낸 것 같다.

생활관에서 대기하다가 어제 실시한 응급처치(CPR) 결과가 방송으로 퍼졌다.

그런데 과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었고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속된 말로 '멘붕'이 왔다.

과락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그게 내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 소대에는 3명의 과락자가 있었고 전 소대에 27명이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었고 꿈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이런 시련(?)이 안일한 마음 가짐으로 장교 임관을 바라고 있던 나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소대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

CPR 과락을 하고 마음이 착잡했는데 소대 동기들이 걱정해주고 크게 격려해줘서 큰 힘을 얻었습니다.

재평가 때는 결코 과락하지 않겠습니다.

* 이 때 진짜 멘붕왔다. CPR 실습할 때 우리 조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것 같았고...

나는 응급처치 수업을 들어서 CPR도 많이 해봤다.... 그런데 과락이라니.

기준도 없고 뭐지 이게 싶었는데....

사실 나는 '그래도 임관은 다 한다는데 뭐..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소대 동기들이 마치 내일 내가 떠나기라도 하는 듯이

'어떡해...' , '임관은 할 수 있을 거야.', '화이팅...'

이런 식으로 한 명씩 위로를 하러 와주는 거다.

솔직히 그런 위로 때문에 갑자기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과락이라고 방송이 나온 그 날 밤.

내가 제일 좋아하게 된 형.

그 형이 밤에 찾아와서 내 입에 로아커 한 뭉텅이를 넣어줬다....

그 때만큼 누군가가 존경스럽고 고마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증식이 그 정도 가치가 있고, 특히 초콜릿은 아무에게나 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

그날부터 그형에게 충성을 다짐했고

지금도 내가 엄청 좋아하고 존경하는 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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