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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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오산 미군기지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출장 갈 정도로 자주 갔었지만,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는 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게 이곳은 인가된 출입자가 아닐 경우 들어가기 어려우며, 출입증이 있는 사람의 인솔(escort)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약 2년 전 오산에 있는 미군기지 식당(칠리즈였는지,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난다.)에서 먹었던 음식들로 가격 대비 혜자스러운 음식의 맛과 양으로 나로 하여금 감동케 한 일이 있다.]


줄곧 과거 미군기지 식당에서 느꼈던 감동을 재차 느끼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고, 올해 비로소 좋은 기회가 생겨 캠프 험프리스에 위치한 텍사스 로드하우스에 방문하게 됐다.

일산에서 평택까지는 편도로 100KM가 넘는 거리인 데다
주말이라 차가 막혀서 가는데 약 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준비물로는 신분증과 자동차보험증이 필요했고, 게이트에서 에스코트를 위한 준비절차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인해 이전보다 출입이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널찍한 주차공간을 보니 비로소 미국(캘리포니아 평택시)에 왔다는 착각이 들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우리가 바라던 스테이크하우스가 있다.

걷다 보니 광장이 나타났고, 여기서부터는 한국사람 보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얼핏 들어 보니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외국인들이었다.
흔히 미국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착장으로 에어팟을 착용하고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곳은 험프리 영화관이다. 최신 개봉 영화들을 상영 중이었고,
물론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은 내게 없었기에 외관만 촬영했다.

레크레이션(?) 센터 같은데 뭐하는 곳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인솔을 도와준 친구(내가 아는 친구 중에 가장 native에 가까운)에게 레크레이션이 맞느냐 리크리에이션이 맞느냐 물어봤는데 정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이곳 평택까지 무려 100km를 넘게 달려온 이유는 따로 있었기 때문.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코로나-19 때문에 출입할 수 있는 장소가 더욱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텍사스로드하우스(스테이크하우스)다.
이곳 평택에 위치한 텍사스 로드하우스가 실질적인 1호점이라고 한다.(물론 아무나 출입할 수는 없고, 선택받은 자들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손세정제.. 아니 Sanitizer로 손을 소독한 후 드디어 입장했다.

한국에서 스테이크를 먹어봤자 얼마나 먹어봤겠나.
그것도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스케일의 초대형 스테이크는
더더욱 먹어볼 일이 없었다.

식당에 들어오면서부터 스테이크 스멜이 허기진 배를 자극했다. 이곳에서의 스테이크를 기대하며 다른 음식을 먹지 않았다.
내 위장 속 한 켠에 스테이크가 아닌 다른 음식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지 않았었다.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가격이 말도 안 된다.
(왜 엉뚱하게 스테이크가 아닌 메뉴 영역을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20~30달러 수준이었다.)
메뉴가 나오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됐지만
메뉴가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납득이 됐다.

이런 무지막지한 비주얼의 음식은 5년 전 미국에 갔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초점이 왜 이렇게 어긋났는지 모르겠지만
무지막지한 티본스테이크 대령이다.
아웃백에서 티본스테이크를 가-끔 먹었지만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는 솔직히 반칙이다.
(실제로 한국에 몇 개 지점이 있지만 같은 퀄리티의 음식이
가격은 더 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아놓고 보니 매혹적인 만찬임에 틀림없다.
한 접시에 담긴 이 음식들이 1인용이라고 하기에는 과하게 느껴졌다. 하긴 성인 남성 4명이서 음식을 남겼으니..

초점은 좀 엉터리인 사진이 많지만 맛은 확실했다.

THIS IS AMERICA 였다.


식사를 하고 매점에 갔는데, 식당 외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갈 수 있더라도 살 수는 없었다.(미군에게만 판매가 가능한 품목들이기 때문에)

미국에 왔다는 느낌을 내기 위해 ATM기를 찍어 보았다.
제일 미국스러운 기계였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귀여운 기념품들이 있었는데,
옆에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듯한 상품들도 간혹 보였다.
크리스마스 때 온다면 미국스러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느낄 수 있으려나.

200KM가 넘는 강행군(?)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매우 피곤했다. 그래도 스테이크 하나만 보고 올 가치가 충분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맛 본 스테이크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갈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다면 아마 미국에 가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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