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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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를 샀는데 사용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
'그래, 그림을 그려 보자!' 라는 호기로운 마음에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질렀다.
12,000원이라고 하면 치킨 한 마리 덜 먹으면 되는 가격이기에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두 마리 먹을 걸 한 마리 덜 먹는 거지 안 먹는 건 아니다.)

앱을 질렀는데 문제가 있었다.
펜슬이 없었던 것이다.
자동차는 있는데 자동차 키가 없는 꼴이다.

그래서 애플펜슬을 알아보는데
프로 4세대에 호환되는 펜슬은
애플펜슬 2세대로 가격이 15만원이었다.
중고가격도 13만원 꼴로 매우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다.

만약 내가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애플펜슬을 샀겠지만
내 손은 똥 손으로 애플펜슬을 쓰기에는 보잘 것 없는 손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림을 배울 용도이니 도구 탓을 하지 말자라는 생각에 짭플 펜슬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아끼지 않고 애플펜슬을 지를 생각이다.
(근데 몇 장 끄적거려봤지만 나는 소질이 없었고
취미 용도로만 짭플펜슬을 사용할 것 같다는 판단이다.)

짭플펜슬을 보다 보니 더 혼란스러워졌다.
종류도 많고 기능도 다 다르다고 하는데,
이럴 거면 맘 편하게 애플펜슬을 구매할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격표를 보고 그 마음은 또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애플펜슬은 2세대까지 밖에 안나왔는데
짭플펜슬은 무려 23세대(처음에는 잘 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까지 나와 있었다.
국내에서 상용되는 짭플펜슬로는
서플라이코 제품
유오직 제품
구조닥 제품 등이 있다.


내가 짭플펜슬을 고를 때 가장 중요했던 기준은 두 가지였다.
첫째, 애플펜슬과의 디자인 유사성이고
둘째, 배터리 지속 가능 시간이었다.

첫번째 기준이 디자인 유사성인 이유는
멀리서 봤을 때 애플펜슬인지 짭플펜슬인지 구분이 쉽게 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짭이라 함은 찐(진품)과 디자인적으로 유사해야한다는 생각이었고,
누군가 지나가면서 '저 사람 아이패드는 프로인데, 펜슬은 짭이네. 풋.'하는
코웃음을 치진 않을까 우려해서였다.
(막상 사용해보니 집에서만 사용을 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둘째로 배터리 지속 가능 시간은
내가 평상시에 기기를 완충하는 습관이 없기 때문이다.
기기를 사용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사용할 때마다 충전을 한 뒤 사용해야 한다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배터리 지속 시간이 나쁘지 않은 짭플펜슬을 사야 했다.

짭플펜슬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몇 가지 기능이 있다.

1. 틸트
펜을 기울이는 기울기 정도에 따라 펜의 두께가 달라지는 기능

2. 팜 리젝션
펜을 사용할 때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고, 펜의 입력값만 인식하는 기능

3. 필압
펜을 누르는 압력 차이에 따라 두께가 조절되는 기능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압은 애플펜슬만 가능하다.
애플펜슬이 괜히 애플펜슬인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들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정품 애플펜슬을 구매하는 편이 좋다.

틸트와 팜 리젝션은 짭플펜슬에서도 대부분 구현이 가능하다.


조사를 하고 나서 한 가지 더 필요한 기능이 생겼다.
바로 아이패드에서 펜슬의 배터리 잔량 표시가 가능한지 여부다.
애플펜슬은 당연히 구현 가능한 기본 기능이지만
짭플펜슬은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
그래서 배터리 잔량 표시가 가능한 짭플펜슬을 찾았고,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지만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할 수 있는
AIEACH 짭플펜슬을 구매하기로 했다.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르겠다.

아까 말했던 무려 23세대 제품이다.
세대를 거듭할 수록 뭔가 혁신적인 기능이 생긴 건 아니고
불편함을 개선하는 정도의 세대 혁신이 있으면
다음 세대로 출시되는 모양이다.
예를 들면 전원 ON/OFF 버튼이 정전식 터치였는데
이게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이 발생해서
물리 버튼으로 바꾼다든지 해서 새 제품을 출시하면
그 다음 세대가 되는 형태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이벤트를 워낙 많이 해서
15,000원 대에도 구매가 가능했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23,000원 정도에 구매했다.

1월 3일인가에 주문했는데
1월 7일에 수령했다.
이 정도면 국내 배송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설명

상세페이지에는 본 짭플펜슬과 호환 가능한 제품의 목록이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설명

앞서 말했듯이 블루투스 커넥션으로
배터리 잔량 표시가 가능한 제품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설명

애플펜슬 정품을 구매해본 적이 없어서
디자인적 유사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품설명에 나온 이미지를 살펴 보면
디자인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본체에 충전단자가 있는지 여부/APPLE 마크 표기 여부 정도)

실제로 비교해보면 애플 감성을 따라갈 수가 없을텐데 말이다.

한 가지 설명을 뺀 것이 있는데
애플펜슬2는 아이패드에 부착하기만 해도 충전이 가능하다...
그에 반해 짭플펜슬은 충전단자가 있어야 한다.
애초에 2만원 짜리 펜슬에 그런 위대한 기능을 요구하는 건
양심리스한 행동임이 틀림 없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설명

앞서 이야기했던 틸트 기능이 있다.
기울기에 따라 다른데, 사용하면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90도 각도와 40도 각도 정도만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설명

팜 리젝션 기능 역시 포함되어 있다.
예전 세대 제품들은 펜을 사용하기 위해서
저런 요상한 디자인의 장갑을 꼈어야 했나 본데,
팜 리젝션 기능이 포함되어 저런 해괴망측한 장갑을 낄 이유가 없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설명

그리고 이렇게 펜 촉이 2개가 증정된다.
실제로 사용하다 보면 펜촉이 금방 닳는데
여분의 펜촉을 사용하면 되니 세심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설명

그리고 생각보다 유용한 기능인데
펜 뚜껑부분을 한 번 터치하면 홈 화면으로 이동하고,
두 번 터치하면 작업중이던 창을 불러올 수 있다.
다른 짭플펜슬에도 있는 기능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림을 그리다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다.

USB-C타입으로 충전이 가능한 것도 아주 좋다.
아이패드 프로의 충전단자도 C타입이기 때문에
패드를 충전하다가 펜슬을 충전해도 되기 때문이다.
(고속충전이 가능한 단자는 아닌 것 같아서
동봉된 케이블이 아닌 다른 케이블을 사용할 경우
고장의 위험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나는 귀찮아서 서로 맞물려서 사용 중이다.
(고장나면 내 책임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 상품 설명

선택 기준 중 하나였던 배터리 역시 이론적으로는 변강쇠다.
한 시간 반 정도 충전하면
3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블루투스를 연결해서(배터리 잔량 확인용) 사용하면
10시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10시간만 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이 미친 배송으로 4일 만에 도착했다.
뾱뾱이로 꽤나 꼼꼼하게 싸져 있었다.

박스에서부터 중국 차이나 감성이 물씬 난다.

구성품은 단순하다.
설명서, 펜 본체, 충전케이블, 그리고 여분의 펜촉과 파우치다.
2만원짜리 제품에 무려 파우치가 포함된 게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패드에 부착해서 쓸 거라서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애플펜슬과 마찬가지로 아이패드 옆 마그네틱(자석)에
부착해서 사용할 수 있다.
생각보다 부착되는 인력이 강해서 떨어트릴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휴대하고 다니면 잃어버릴 확률이 높아서 파우치를 써야 할수도..)

근데 이게 붙였다 뗐다 하는 게 은근 재밌어서 계속 하다가

아래와 같은 가슴 아픈 불상사가 발생했다.

아이패드 옆면에 코팅되어 있는 실버 색상이

짭플펜슬에 옮겨 붙었다..

혹시라도 펜슬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나처럼 장난치다가 사랑스러운 아이패드에 흠집을 내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란다.

참혹한 현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능


내가 본 제품을 사용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기능은
위 사진과 같은 배터리 잔량 표시 기능이다.
2만원 상당의 짭플펜슬을 애플펜슬답게 보여주는 착시효과라고나 할까.


아래는 내가 취미로 그린 그림들이다.
펜슬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건 내 손이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지만
똥필은 붓이라도 좋아야 하는 게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똥필도 되지 않는 수준이라
이 정도 수준의 짭플펜슬을 쓰면서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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