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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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3년하고도 2개월도 더 전 이야기다.

정가운데 손들고 있는 빡빡머리가 나다.

사실 입대하는 저 날에도 안 울었는데,

(처음 얘기하는 거지만)

입대 전날 어머니가

집에서 바리깡으로 내 머리를 밀어주시는데,

정말 고요함 속에서 바리깡 소리만

외롭게 ‘위잉’ 하고 울리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울었는지 안울었는지는 비밀이다,

알아서 생각하기로 하자.)

 

아 그전에 꿀팁을 하나 주자면 진주에 갈 때

휴게소에 한 두번 정도 들릴 수밖에 없을 텐데

모자를 쓰지 않고 있는 걸 추천한다.

빡빡머리를 하고 다니는 나에게 카페 아주머니가

군인은 공짜 라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와

호두과자를 주셨다.

휴게소에서는 모자를 벗고 빡빡머리 상태로

다니기로 하자.

안준다해도 나에게 뭐라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래 인증샷

 

그리고 입대 전 내게 큰 힘을 주신 분이 계시다.

이름은 모르지만 진주에서 근무하시던 어느 부사관 아저씨셨는데

식당에서 식사를 하시면서 우리 부모님께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에요,

캠프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캠프.’

이 얘기만 한 30번 하셨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도, 나도 걱정을 덜고

맘 편히 입대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캠프가 악명 높은 빌리 부트캠프보다

더 빡센 지옥 캠프였다는 사실은

일주일 뒤에 알게 되었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이 때 식당에서

우리 주문이 누락되어 40분 넘게 기다리다가

밥도 못먹고 입대를 하게 되었다.

 

나는 딱히 입맛도 없었고 괜찮다 했는데,

그 성품이 따뜻한 우리 어머니가 식당 아주머니한테

우리 아들 오늘 입대하는데 밥도 못멕이고 보내야겠냐고

서러움 반 짜증 반으로 얘기를 하신게 입대하기 직전까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계속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부모님 마음은 그게 아닌가 보다.

아무튼 밥도 못먹고 교육사로 들어가 장교대 앞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일주일 뒤 손바닥이 닳도록 엎드리게 될 바닥에 서서.jpg>
국뽕에 취하게 하는 말 <조국은 그대를 믿는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모자에 가리워져서 그런게  아니라

입대 일보 직전이라 먹구름이 드리워진 거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란

노랫말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진짜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뜬금없지만 소대장들이 많이 얘기하는 말 중 하나가

‘좋은게 좋은게 아니야’다.

 

사실 좋은 건 좋은 건데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지만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가운데 진리가 있는 ‘Paradox’ 같은 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다.

저 사진 때 키는 179조금넘고 몸무게는 72키로 정도였다.

그런데 5주차였나 6주차까지 훈련을 마치고

(유격훈련 끝나면 2박3일이라 쓰고 2.3초라고 읽는) 휴가가 있는데

그 때 체중이 65정도 였으니...

그 때 나를 보고 가족부터 친구들까지 굶주리고 왔냐고 할 정도였다.

2.3초 동안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피골이 상접했다’ 였다.

그때 사진이다.

사진에선 별로 티가 안나지만,

대략 65키로정도까지 빠지고

몸속에 숨겨져 있던 복근이 자기 주장을 하는 수준이 된다.

 

그런데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있다.

멋있는 근육맨이 아니라

‘인민근육’ 또는 ‘노동근육’의 소유자로 되게 멋이 없다.

실제로 밖에서 몸만들고 온 친구들이

엄청 열심히 만들어 온 몸이

멸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육이 쭉쭉 빠지는게 풍선 바람 빠지는 거 같더라.

 

다음으로 임관 사진이다.

보시는바와 같이 턱선이 (나름) 날렵한데

13주간의 훈련을 마치면 누구든지 저렇게 된다.

저때가 한 67키로 정도 될거다.

 

아무튼 내가 포스팅하고 있고

앞으로도 포스팅하게 될

훈련일지에 나오는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적게는 5키로

많게는 10키로 이상 씩 감량도 가능하다.

공군학사장교가 아닌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13주간 포스팅대로 따라해보시면 될 것 같다.

물론 임관하면 바로 요렇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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