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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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뜰 새 없이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이 되었다.

일주일간의 가입교 기간이 끝나고,

제000기 학사사관후보생으로 공식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날이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 있을 공식적인 '입단식 '을 거쳐야만 정식 후보생이 될 수 있다.

 

'입단식'은 모든 훈육관과 전 후보생이 가장 긴장을 했던 순간이다.

어제부터 한 훈육관이 

'혹시라도 지휘관들에게 안 좋은 첫인상을 주었다간 가만두지 않을 테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상황이었다.

그 말을 했던 사람이 바로 군기 담당 소대장이자 우리 소대 소대장이다.

그는 샤워장 사자후 사건의 장본인이기도 했다.


바로 어제 오후에, 정식 소대 배정과 소대장 소개 시간이 있었다.

젠장. ' 사람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바로 그 사람이 우리 소대의 소대장이 되었다.

소대 배정을 끝마치고, 지나가는 후보생들마다

'앞으로 어떡해요. 힘내세요.'와 같은 연민과 동정의 응원을 건네곤 했다.

이후 저녁을 먹고 나서,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입단식 사전 연습을 진행했고,

새벽 2시를 넘어서야 비로소 잠에 들 수 있었다.

말이 사전 연습이지 어제 있었던 신분전환식의 연장선이었다.

대강당 안에 의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우리는 땅바닥에 네 발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입단식 때는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됐다.

하나는 

‘대성 박력'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큰 기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나는 

'묵음 경례.’ 

‘국기에 대한 경례’ 때는 '필승’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얼핏 봤을 때는 쉬워 보이지만,

'대성 박력'이라는 포인트에 매몰되면

'국기에 대한 경례’ 때 나도 모르게 '필승’을 외쳐버리기 쉽다.

리고 누군가 '필..'이라도 외치는 날에는,

앞으로 우리의 훈련 기간이 재미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훈육관들이 늦은 심야시간까지 이른바 '필승충'들을 박멸했던 것이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입단식 전 최종 리허설을 하던 중이었다.

누군가 '콜록..’ 기침 소리를 내었다.

 

'기침 소리 누구야!! 다 엎드려!!!’ ‘기침 하나 못 참냐?’

 

다시 한바탕 동기부여 시간이 주어졌다.

'기침을 어떻게 하면 참을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고

이곳의 불합리함에 슬슬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한 명이 기침을 하고 나서부터, 여기저기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전염병의 무서움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기침 소리가 늘어나자, 한 소대장이 말했다. 

 

'안 되겠다. 너네가 실내에서 하니깐 제대로 안 하는 거구나? 연병장으로 다 튀어 나가!’


정신교육을 야외에서 받고 왔더니 효과가 뛰어났다.

어느 누구도 기침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대장이 기침을 낫게 해 준 건지

아니면 후보생들이 기침을 참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행히 입단식을 거행하는 동안 어느 누구도 기침 소리를 내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제 '필승충'들을 모두 박멸한 덕에 

‘국기에 대한 경례’ 때도 '필승’ 소리를 내지 않았다.

입단식을  마쳤다는 생각도 잠시, 

'너네 개판이었어.’라는 소대장들의 혹독한 평가와 함께 

다시금 혼나고 있는 우리 후보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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