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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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학사장교는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는 건강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령 제한이 있어서 군필자가 아닌 사람이라면 만 27세까지만 지원할 수 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한 케이스여서 소대에서는 막내 축에 속했다.

우리 소대에는 나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중 만 27세를 채우고 온 형들도 몇 명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20대 초반과 20대 후반은 확연히 다르다.

특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을 때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앞서 말한 형들 중 한 명은 사회에서 공부만 하다 온 형이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몸에 '운동’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형은 어느 훈련에서도 절대 낙오하는 일이 없었다.

마치 죽을 듯 죽지 않는 '좀비’ 같았다.

그 날은 처음으로 전투 뜀걸음을 했던 날이었다.

전투 뜀걸음은 매주 금요일 오후마다 훈련단 내 종합훈련장 코스를 달리는 훈련이다.

전투 뜀걸음을 처음 뛰는 날에는 맨몸(전투복+전투화)으로 3KM를 뛰게 된다.

1주일 전만 하더라도 1.5KM 완주를 위해서 기를 쓰고 뛰었던 우리들이다.

그런데 그 두 배를 뛰어야 한다.

그것도 발에 익숙지 않은 전투화를 신고서.

우리 소대원들은 처음 1.5KM 까지는 어느 정도 대열을 유지하고 뛸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이후 체력이 부족한 후보생들 몇몇이 대열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놀랄 것도 없었다.

애초에 1.5KM 밖에 뛴 적 없는 후보생들에게 그 두 배를 바랄 순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건 그 형 '이었다.

나는 당연히 그 형이 멀찌감치 뒤떨어진 무리에 속해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그 형과 같이 3KM를 완주한 것이 아닌가.

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 형에게 물어보았다.

‘형, 혹시 원래 달리기 잘하세요?’

원래 마라톤 선수들도 '몸짱’ 은 아니니깐.

그 형도 남들이 모르는 은밀한 취미로 '달리기 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그 형의 대답을 듣고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형은

'아니, 죽을 것 같아.’라고 대답하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관용적인 표현의 '죽을 것 같아’가 아니었다.

진짜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이었다.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했고,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이 부들부들 거리고 있었다.

정말로 중요한 건 근력이 아니라 근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훈련을 받는 3개월 내내 나를 지탱할 수 있는 신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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