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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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특내'라고 불리는

특별 내무 기간의 시작이다.

 

모든 일을 빨리 빨리 해야 한다.

식사도 빨리

집합도 빨리

취침도 빨리

샤워도 빨리

 

그런데 이 '빨리'가 어느 정도냐면

과거로 시간을 워프할 정도의 빨리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

절대 불.가.능.하단 뜻이다.

 

애초에 그들이 요구하는 건

인간의 능력밖에 있는 것이다.

 

현재 시간이 5시 55분인데

6시까지 집합하라고 한다.

그런데 5분 전 대기를 하라니...

 

순간이동을 하란 이야기다.

 

사실 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계는

우리의 것과 조금 다른 듯했다.

 

2주간의 특별 내무 기간 동안

제시간에 도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요구한 시간에 도착한 적은 있었지만

'5분 전 대기'가 가능했던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이해해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절대.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끔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었다는 사실과

 

'특내'기간의 숨겨진 의미를.

 

특별 내무 기간의 핵심은

'사회 물 빼기'였다.

 

타군 장교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공군 학사 장교로 오는 사람들 중에는

 

'SKY대학 출신'

'아이비리그 출신'

'5급 사무관 출신'

'CPA 회계사 출신'

 

사회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에서 온갖 칭찬과 인정도 받았을 테고

자기 스스로도 자신이 대단한 걸 알 테다.

충분히 그래도 되는 사람들이고.

 

그런데 군대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당신이 서울대를 나왔든

하버드를 나왔든

5급 사무관이든

 

그건 사회에서나 그런 거고.

 

군대에서는 그냥 일개 '후보생'일뿐이다.

 

모두 똑같은 흰색 삼각팬티를 입고

똑같이 흙먼지를 먹으며 땅바닥에 나뒹군다.

 

 

그리고 하늘 같은 '소대장' 밑에서

똑같이 자세를 낮추고 복종해야 한다.

 

내가 사회에서는 OO였는데..

 

그건 사회 나가서 이야기하면 된다.

 

일단 군인으로 들어왔다면

명령에 복종할 뿐이다.

 

조금 더러운 이야기지만

특별 내무 기간 동안에는

샤워할 시간이 아예 없다.

 

맨날 땅바닥에 뒹굴고, 

흙먼지에 뒤덮여 인절미가 되어도

짧게 세수하고 양치할 시간 밖에는 

없다.

 

 

더 더러운 이야기는..

모두의 식습관이 규칙적으로 같다 보니

배변 시간도 소름 끼칠 정도로 겹친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화장실 수압이 굉장히 약했다.

 

그래서 앞사람이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면

그 물이 내려가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한 번은

앞 사람이 볼일을 본 위에

누군가 볼일을 보고

그다음 또 누군가 볼일을 봤었다...

 

조금의 MSG도 없는 이야기다.

(소변이 아니다.)

 


그냥 특별 내무 기간 동안에는

모든 걸 초월한 마음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라.

 

집에 가고 싶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집에 가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나이도 찼는데

이제 와서 사병으로 입대하기가

쉽지 않을 테다.

 

나보다 서너 살은 어린 친구들이

'야, 가서 설거지 좀 할래?'

하면

'네, 알겠습니다.' 해야 하는데

 

본인의 적성이 그 편이 맞는다면

장교의 길을 오지 않는 게 좋다.

 

복무기간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깐.

 

하지만 

장교의 길을 선택했다면

모든 걸 참고,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다이아 계급장'이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13주간의 뼈를 깎는 고통과 아픔의 결실이다.

 

이겨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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