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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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리더십 교육을 이수하고,

이제 주말만 지나면 정보학교로 정식 입과 하게 된다. 그런데 주말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소위로 임관하고 나면 소대장들과도 '선·후배'같은 분위기로 지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 느낌대로라면 정보학교도 장교대의 연장선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구글링'을 시작했다.

다른 특기학교는 내용이 많이 나왔지만 유독 정보학교에 대한 내용만 없었다.

그러나 '검색왕' 스토푼, 아직 죽지 않았다.

끝없는 구글링 끝에 한 티스토리 포스팅 글에서 '환복쇼'란 키워드를 발견했다.

'환복쇼?' 다시 검색어를 수정하여 구글링을 했다.

'정보교육 환복쇼'.

스크롤을 내리며 관련된 글을 찾다가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을 보아하니

'환복쇼'란 주어진 시간 안에 옷을 갈아입어 집합을 하고, 또다시 주어진 시간 안에 다른 복장으로 환복하고 또 집합하는 일종의 '똥개 훈련'식의 군기를 잡기 위한 교육이었다.

비로소 정·약복이 준비물이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구글링을 하다가 알게 된 또 다른 사실 한 가지는

영화 실미도에 나오는 공군 특수부대가 ‘정보학교’와 연관이 깊다는 것이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정보'하면 스마트하고, 지적인 느낌의 안경을 쓴 채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이 떠올랐는데,

마초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특수부대'라니. 잘 연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이 사실들을 알게 되자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나는 내게 '정보'특기를 권했던 형에게 괘씸한 마음이 들어 전화를 걸었다.

'형, 환복쇼가 뭐야?'

다 알면서도 형을 당황하게 하고픈 마음에 질문했다.

그러자 형은

' 그거? 가면 알게 거야. 정보학교가 빡세. 다른 특기학교 애들은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정보학교는 외출도 되고 동기부여도 받고 그러거든.'라고 대답했다.

아니, 그걸 그렇게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건가?

그리고 왜 그런 사실을 이제야 알려주는 거지?

형이 미운 마음도 들었지만 어쨌든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내 책임이긴 했다.

그래도 방금 들은 내용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내 선택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방금 내가 구글링 해서 알게 된 사실과,

형으로부터 들은 사실을 정보 특기 동기들이 속해 있는 단톡방에 전파해주었다.

그리고는

'우리 잘해봅시다. 준비물 꼭 챙기시구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한 명의 동기생이

'저 정복을 두고 와서 없는데, 일단 한 번 빌려는 볼 텐데 잘 모르겠네요.’라고 답했다.

아니,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비협조적인 인원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동기생이 말했다.

'우리 절대 늦지 맙시다.'

'알겠습니다. 일요일 18:00까지니깐

적어도 17:50분부터는 대기하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동기생들이 이 말에 동의했고,

특기학교 교관이 엄포를 놓았던 탓에 지각생만큼은 절대 없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약속했던 일요일이 되었고, 17:55분이 넘었는데도 두 명의 동기생이 나타나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18시까지는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18시가 되자 빨간 모자를 쓴 특기학교 교관들이 나타났고,

그 두 명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교관이 말했다.

'지금까지 입교식 당일에 늦은 건 니네가 처음이다.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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