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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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저우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여기가 정말 중국 맞나?'였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중국이었다.

광저우 공항에서 집까지는 콜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도로 옆의 조경이라든지,

빽빽하게 즐비한 고층빌딩과 독특한 디자인의 구조물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스케일이었다. 
이게 바로 대륙의 스케일인 것인가?

 

2005년 당시, 내가 중국에 대해서 들었던 이야기는

온통 좋지 못한 것들이었다.

가령 '사스'라든지 '골판지 만두'라든지,

중국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비위생적인 이미지,

속된 말로 '지저분하다'라는 단어부터 튀어나오는

후진국의 느낌이 들었는데,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내내 '우와', '대박'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하던 나였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불과 서너 시간밖에

안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라는 나라는 내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눈 앞에 마주한 꼬맹이는

두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가지는 
'세계는 넓고 모든 것이 새로운  천지구나.' 하는 생각.

또 한 가지는 '한국은 정말 좁은 세계였구나.' 하는 생각.

 

앞선 글에서 밝혔듯이
내 유학은 어느 정도 '즉흥적'인 부분이었기에

어느 학교에 다닐지, 몇 학년으로 입학을 하게 될지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당장 그것들부터 정해야지 자칫 잘못하면
중국에서 반년(한 학기)을 집에서 놀며 보내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교육제도를 실시한다.

한국에서 4학년 2학기를 마치고 온 나로서는

중국에서 한 학년을 내리고 입학해서 4학년 1학기를 이수하든지,

한 학년을 올려서 5학년 2학기를 이수하든지 해야 하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게다가 내가 학교생활을 하게 될 중국 광둥성은 '남방'지역이기 때문에

여름방학은 길지만 겨울방학은 2주 정도밖에 안돼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 여름에 39도, 높게는 40도까지 오르는 폭염에 시달리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로 여름방학이 3개월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나는 한 학년을 월반하여 

5학년 2학기를 다니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 부모님의 결심에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다.

 

당시 우리 부모님 생각에는 '어차피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왕이면 또래 친구들이랑 다니는 게 좋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때 아버지께서 전화통화로 내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유치원생들이랑 수업을 듣더라도, 대학생들이랑 수업을 듣더라도 못 알아듣는 건 매한가지인데 아버지 생각에는 월반을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몇 학년으로 입학할지에 대한 문제는

해결이 됐다.

 

이제 어느 학교에 다닐지만 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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