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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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시진핑 온대. 지금 SM 사라.'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코로나 악재로 폭락장이었던 3월에

내게 주식 시장에 입문할 것을 권한 바로 그 친구다.

 

'그게 뭔 상관인데?'

'닥치고 그냥 일단 사봐.'

 

어차피 나는 잃어도 잃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내게는 증권사로부터 받은 꽁돈 8만 원이 있었으니깐.

대신 한 가지 원칙을 세워두었다.

이 8만 원은 공짜로 얻은 돈이니 잃어도 좋지만

절대로 다른 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

 

8만 원이면 에스엠 주식을 최대 2개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렇게 2020년 8월 14일에 78,000원이라는 금액을 입금했다.

이날은 증권계좌에 내 돈을 처음으로 입금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아래 입금된 1원은

내가 증권계좌로 입금을 못하고

계좌가 이상한 것 같다며 칭얼대자

그 친구가 1원을 송금하여, 계좌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이상했던 것임을 증명한 내역이다.

 

입금된 78,000원으로 에스엠 주식 두 개를 샀다.

[2020.8.19.(수)]

주가 35,400원일 당시 2개를 샀고 차트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 산 종목도 아니었고

큰 기대를 할 만큼 큰 금액도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주가가 3~4%나 오르는 경험을 했다.

태어나서 재테크라고는

예금과 적금만 이용하던 나로서는

이보다 더한 충격은 없었다.

하루 만에 4% 금액이라니.

8만 원이 아니라, 80만 원이었다면?

80만 원이 아니라 800만 원이었다면?

아마 모든 주린이들의 망상일 테다.

망상이라고 표현할만한 게 그런 가정은 애초에 의미가 없다.

인간은 큰 이익보다는 작은 손해에 더 민감해하는 특성이 있다.

4%의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8만 원에서 4% 손실을 보면 손실금액은 3,200원이다.

3,200원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3,200원이면 요즘 물가를 고려했을 때

커피 한잔도 못 마시는 금액이니깐.

크게 타격이 있지도 않을 테고,

당장 매도해버리겠다는 생각이 들리도 만무하다.

그렇다면 투자금액이 800만 원이었다고 가정해보자.

800만 원에서 4% 손실이라면,

손실금액은 320,000원이다.

32만 원이면 에어 팟 프로 1개의 가격이다.

순식간에 에어 팟 프로 1개가 날아가 버린 꼴이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잃지 않았을 금액이다.

손실액이 32만 원이라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더욱이 다음 날 손실액이 40만 원이 된다면,

더 잃기 전에 손절매를 할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하루 만에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정말로 친구가 말했던 '시진핑 방한' 덕이었다.

 

8월 13일 정도에 아래와 같은 뉴스 보도가 있었다.

중국 외교 총괄인 양제츠 정치국원이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내주 방한할 예정이며

시진핑 방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라는 기사였다.

친구는 이 기사를 보고 내게 'SM엔터' 주식을 사라고 권한 거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정부가 '시진핑 11월 전 방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기사가 떴다.

시진핑 방한과 함께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2020년 8월 19일 70,800원으로

매수한 에스엠 주식은

그다음 날인 2020년 8월 20일 74,200원에 매도했다.

수수료와 세금을 제한 정산 금액은 74,005원으로

3,195원의 순이익이 발생했고

순수 수익률은 4.32%였다.

 

그 후 당일 저점에 매수를 걸어두고,

출근 전 시초 고점에 매도를 걸어두는 행위를

반복하며

입금했던 78,000원은 9월 8일 어느덧 85,675원이 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 돈은 8만 원밖에 없는데

실수로 SM 주식 3개를 매수했는데도 체결이 되는 경험을 하며

 나도 모르게 신용 구매도 해봤다.

(덜컥 겁이 나서 바로 매도해버렸다.)

 

78,000원이 85,675원이 되었으니

순이익은 7,675원으로 총수익률이 8.95%였다.

불과 20일 만의 수익이었으며,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친구가 알려준 이슈(시진핑 방한)가 없었다면 볼 수 없던 수익이었고,

투자금액이 컸다면 9% 상당의 수익을 볼 수 없었을 테다.

(주식을 사면 보유기간 중 떨어지는 시점과 구간도 반드시 존재한다.)

 

첫 주식투자가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더욱이 스스로와의 약속

(8만 원 이외의 금액을 투자하지 않을 것)을

어기지 않기 위해

모든 금액을 출금하고 주식 시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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