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학교에서는 총 4주의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그리고 매주 필기시험을 봐서 기준점수를 넘기지 못한 사람들은 집에 갈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밤샘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는 배속지를 앞둔 피 튀기는 전쟁이기 이전에, 집에 가냐 못가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과정이 시작되었던 첫날, 과정장을 맡은 교관이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A팀, B팀을 나누어서 평균 성적이 높은 팀만 주말에 나가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개인 성적이 80점이 넘는 인원들만 주말에 나가는 것이었다.
시험에 자신이 없었던 몇몇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후자의 방식을 선호했다.
몇몇 인원이 전자를 선호한 이유는,
전자의 경우 집에 갈 확률이 50% 이지만
후자의 경우 집에 갈 확률이 0%에 수렴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자의 방식이야말로 전 인원이 집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결국 소수 인원을 설득하여 ‘개인전’ 방식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우리는 매일 늦은 새벽까지 공부했다.
정보학교의 암묵적인 룰 때문에 12시 전에는 숙소로 돌아갈 수 없었고,
12시가 넘어서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발적인 학습을 진행했다.
정확히 무엇을 배웠는지 자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북한 공군에 대한 모든 잡다한 것’을 배우고 암기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필기시험 역시 암기를 하지 않으면 답할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매주 평가가 있기 전날(목요일)에는 밤을 꼬박 새는 일도 허다했다.
장교대에서는 4명이 한 방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침대에 누워 자기 시작하면 모두 곧바로 따라 잠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완전 소등’ 시간 이후에는 불을 켜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기 때문에 늦게까지 공부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정보학교는 달랐다.
3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한 학과장에서 공부를 했기에 누가 돌아가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배속지 선택 경쟁자’가 한 명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깐.
또한 ‘밤샘 공부’를 ‘지향’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시간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벽 시간대 혼자 방에 돌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정보학교는 멧돼지나 고라니 등 산짐승이 많이 출몰했었고, 학과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이 너무 깜깜했기 때문에 그 시간에 혼자 돌아갈 만큼 용감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가고 대망의 첫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보는 동안은 ‘이 정도면 대부분 나갈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몇 문제에서 숨겨진 함정이 있었고,
그 함정에 걸려든 학생들이 꽤 있었다.
그렇게 절반 정도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주말 내내 정보학교에 갇혀 깜지를 썼다고 한다.
단체전 vs 개인전? 선택은 자유다
특기 학교 : 배속지 전쟁의 서막 (0) | 2020.06.20 |
---|---|
비 오는 날의 군대스리가 : '장기복무해야 되나?' (0) | 2020.06.20 |
정보학교에서의 첫째 날 (0) | 2020.06.02 |
영화 실미도에 나온 특수부대가 공군 정보부대였다고? (0) | 2020.06.01 |
대망의 임관식, '1096일' 이제부터 시작이야. (4) | 202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