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스토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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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바이두

홍원외국어학교는 한국인 학생만 해도

약 100여 명이 다니고 있는 학교였다.

학교에 통학하는 스쿨버스 중 두어 대는

거의 한국인 학생만 탈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와 같이 살고 있는 형들도 모두 홍원외국어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

 

‘이번애는 거절당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교에 갔다.

홍원외국어학교에 대한 첫인상은 강렬했다.

한국에서 내가 살고 있던 동네에는

어느 학교에도 잔디구장이 없었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보고 자랐던 나는 축구를 굉장히 사랑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디구장에서는 공을 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흙먼지와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었는데,

홍원외국어학교는 달랐다.

 

운동장이 잔디구장으로 되어 있었으며,

야외 농구코트도 2개나 있었다.

단편적으로 비교해도 그렇고,

보통 교문을 들어서면 드는 전반적인 느낌이란 게 있지 않나.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학교가 주는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구령대를 기준으로 양 옆에 수십 여국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고,

이국적인 느낌의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딱 ‘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무실에서 입학 신청을 위해 잠시 대기하는데,

지난번 실패의 경험 때문인지 다소 긴장이 됐다.

다행히 모든 절차가 순탄하게 이뤄졌고,

무엇보다 입학 테스트가 없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나 싶었는데,

최종적으로 학교 입학을 위해서 등록금을 납부하는 단계에서 문제가 생겨버렸다.

형들이 입학했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부금이라는 명목의 외국인 추가 등록금이 없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입학하는 2005년도부터 100만 원의 기부금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기본 등록금에 기부금까지 더해지면

우리 집에서 지불해야 하는 돈은 원래 생각했던 것의 두 배가 된다.

 

나는 이내 심란해졌다.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한 것이다.

하나는 예쁜 학교, 그것도 잔디구장이 있는 학교를 꼭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원래 다니고자 했던 학교의 몇 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가면서까지 다녀야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부모님께 뭐 사달라고 떼 한 번 안 써본 나였는데

어디서 그런 욕심이 생겼는지,

또 두 가지 마음 중 어떻게 첫 번째 마음이 두 번째 마음을 이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이 학교 정말 다니고 싶다.’고 어머니께 얘기했고

어머니는 ‘집에 가서 엄마, 아빠 둘이 통화해보고 같이 정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셨고,

나는 남아서 그 날 하루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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