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집으로 떠나고 난 뒤,
나는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학교를 쓱 구경하고는
5학년 3반 교실에 들어섰다.
모두가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간 상태여서
나 혼자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적막함에 지쳐 누구라도 오길 하릴없이 기다리다
교탁 쪽을 바라보았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칠판 위에 붉은색의 ‘오성홍기(중국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중국인들이 그들의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실 내부를 둘러보다 보니
어느덧 아침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씩 교실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학생이 오면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하지 않나.
그런데 그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원 속 원숭이를 바라보는 듯한 수준의 반응은 또 아니었다.
만약 내가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서양인이었다면 아마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을까?
그리고 학교에 이미 한국인, 일본인 등 동양권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신기하지도 않았을 거다.
바로 그때,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게 다가와서는 ‘한국? 일본?’ 하면서 질문했다.
대충 눈치로만 ‘아,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물어보는 거구나.’ 알아차리고는 ‘코리아.’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는 내 짧은 대답을 듣고 나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 뭐라 중얼거리더니
서로 대화가 되지 않자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그냥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루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매시간 수업을 시작하기 전 출석을 확인하다가
외국인 청강생을 발견한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외국에서 온 수많은 학생들 중 한명일뿐이었고
그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줘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스쿨버스를 타서 집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머니는 ‘오늘 하루 어땠어?’하고 물어보셨다.
사실 어떻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소음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교실 속 30명 중 나를 제외한 29명은 소통을 하고 있었지만,
그날 나에게 그 29명의 중국어는 소음공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앞선 나였다.
그러나 나는 ‘재밌었어요.’라고 답변했다.
혹시라도 학교 입학을 못하게 될까 봐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이미 아버지와 통화를 마친 상태였고
두 분은 전적으로 내 의사에 따라서 학교 입학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셨다.
만약 오늘 하루 학교 청강에 대해서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면
아마 내가 한국에 돌아오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어머니는 달리 걱정을 하지 않으셨고,
내일부터는 정식으로 학교 등록을 해서 홍원외국어학교 학생이 될 예정이다.
또한 내일은 어머니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어머니와 중국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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