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학교에 입학 신청을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마치 이미 그 학교 학생이 된 것만 같았다.
한국에서의 초등학교 입학 과정을 생각해보면
입학 수속을 밟고 ‘입학식’만 무사히 마치면 되니깐.
중국에서의 입학도 별 다를 게 없을 것이고
내 생각엔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다.
다만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했었기 때문에
입학 수속을 위하여
중국어를 잘하는 형(나를 보살펴주셨던 아저씨의 둘째 아들)이 동반해줬다.
생각해보니깐 한 마디도 못하는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니하오(안녕하세요)’,
‘씨에씨에(고맙습니다)’ 두 마디 말고는
아무 말도 할 줄 몰랐었다.
그런데 웬걸,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데 입학시험을
보는 것이 아닌가. 시험을 보는 과목은 총 세 가지에
불과했지만 무슨 초등학교 입학하는데 시험까지
봐야 하나. 시험 과목은 다음과 같았다.
하나는 어문(우리나라 국어에 해당), 수학 그리고 영어였다.
지극히 당연한 거지만 어문 과목에서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는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게다가 수학 과목은
우리나라 교육과정보다 진도가 훨씬 빨랐었다.
영어도 아닌 주제에 X, Y가 들어가 있다니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숫자와 영어의 만남이 어색하고도 생소했다.
나는 방정식이라고는 난생 처음 본 초등학생이었다.
아뿔싸, 믿었던 영어마저도 내 발등을 찍어버렸다.
초등학교 영어 문제이다 보니 문항이 중국어로 나와 있는 문제들도 더러 있었고,
무엇보다 영단어의 뜻을 중국어로 쓰는 문제 역시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어문과 수학 과목은 거의 ‘0점’에 수렴했고,
영어 과목 역시 반타작 정도 한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이 성적으로는 도저히 입학시킬 수 없다고 하며
두 학년 정도 낮추어 입학할 것을 요구했다.
이럴 수가, 초등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하다니.
열한 살 인생 처음으로 경험한 누군가로부터의 거절이었다.
하긴 초등학생이 이런 경험을 할 일이 있었겠냐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신민학교를 포함한 일부 중국 국•공립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따라서 입학을 위해서는 중국어나 수학 과외를 미리 받아
충분한 준비를 했어야만 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가 또래 친구들과 수학(受學)하길 바라셨고,
그 말인즉슨 신민학교 역시 내가 갈 학교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최후의 선택지인 ‘홍원외국어학교’만 남았다. 홍원외국어학교마저 갈 수 없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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